글을 쓴다는 것 on 이글루 살다

글을 써올리는 것은 개인적인 취미라고 하겠다. 한 때는 문/학/소/년/

그러면서 이중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올리는 글을 누가 봐주기를 바라면서도 아무도 안봤으면 싶기도 하다. 부끄럽기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쓰다보면 점점 스스로가 무식함을 깨닫게 해주는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하다. 굳이 누가 읽어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확한 사실이나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글을 쓰면 안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물론 여전히 올리는 글 자체의 퀄리티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기 성찰보다는 재미를 느끼고 있기에 그냥 올린다.

그런 면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글을 쓰기에 그다지 좋은 창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저 짧은 감정의 배출구! 한 때 그런 짧음에 몰입한 경우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냥 지나가는 길에 뉴스나 정보를 취득하는 곳이 되었다.

개인을 인터넷에서 표현하는 수단이 개인홈피에서 시작하여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서 유튜브에 이르렀다. 즉 글보다는 사진, 그림 그리고 동영상이 더 주목을 받는 것이다. 확실히 동영상은 전달의 수단으로써 글보다는 효과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IT기기에 익숙하고 동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 비하여 "글을 읽는다"는 행위에 더 익숙한 나로써는 여전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나의 선배들은 그나마도 인쇄된 글이 아니면 읽기 어렵다고 하기도 하니, 나는 그나마 진일보한 세대인건가?

요즘 교육과정에는 없을 것 같지만 나는 글쓰기를 원고지쓰기에서부터 배웠다.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분명히 교과 내용 중에 원고지 사용법에 관한 부분도 있었고, 나는 그 작업을 제법 잘하는 학생 중의 한 명이기도 했다. 그렇게 글쓰는 것을 배우다보면 그저 기계적인 원고지 사용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쉼표, 조사, 형용사 등등의 분야에 대하여 예민해지는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어린 시절의 그런 학습의 경험은 여전히 버릇처럼 남아서 글을 쓸 때도, 남의 글을 읽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이 덜컥덜컥 눈에 걸리는 경향이 많다. 다만 나이가 먹음은 경험도 함께 먹음에도 불구하고 둔감해지는 감각도 있기 마련인지, 맞춤법 자체가 헷갈리고 틀린다거나 아예 인지조차 못하는 일이 늘어나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제서야 어린 시절에 가졌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그리 맞춤법을 틀릴까? 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명작=띵작이라고 하는 작태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나 특정 시기의 언어 유희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방송국마저도 "띵작 영화"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글쓰는 일은 한동안 고통이었고, 제대로 써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현실적인 난관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고, 글쓰기보다는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함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의 고난은 끊이지 않고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깨닫고 나서는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자/기/위/안/

글쓰는 일은 삶을 기록하는 행위이다. 일종의 일기인 것이다. 예전이라면 그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며 진도를 나가지 못했던 부분도 그냥 가볍게, 여전히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가볍게, 여기며 그냥 마구 써대는 것이다. 반드시 매일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소재상의 제한도 없다.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 상관없다. 

글쓰는 일은 세월이 다시 되돌아볼 어느 순간을 반추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남겨두는 것이다.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기록! 그럼에도 마음 반대편으로는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누군가는 아닌 몇 명의 누군가, 그리고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익명성 뒤에 숨고 싶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글루"가 딱 적당한 곳 같다. 네이버나 다음은 전국민이 회원이다시피 한 곳이기에 내가 기대하는 익명성이 유지되지가 않는다. 이미 나의 가족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 이글루라면 딱 얼음집 안에 들어 앉아서 가끔씩 생기는 양지의 햇빛을 즐기는 정도로 족한 곳 같다. 예전에 "블로그인" 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내게는 딱 그런 느낌이다. 문제는 그 블로그인이 결국은 폐업을 한 것인데.. 이글루는 쭈욱 잘 생존해주기를 바란다.

인터넷 산업의 메카니즘은 잘 모르고, IT 산업의 미래 따위는 예측할 능력조차도 없는 나이지만, 방문 기록을 살펴보다보면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을 통해서 유입되는 인구가 제일 많더라. 결국 어느 날엔가 이 기록들은 나의 오프라인 지인들에게도 노출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글루가 딱 이 정도로 계속 가주었으면 좋겠다.

글수준의 하찮음은 신경 안쓰면서 적당한 양의 노출과 익명성을 누리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하기도 하다.

- 끝 -

1. 확실히 예나 지금이나 글쓴다는 것은 그다지 돈벌이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도 않는구나.
2. 유튜브는 몇 명이 방문하면 얼마의 수입이 생기네~~ 하기도 하는데, 여기는 그저 글은 글일뿐~~
3. 글만 써도 만족이라더니 그 와중에 또 욕심을 부리네.
4. 늘 글감 발굴이 관건이기는 해ㅠㅠ
5. 나경원의 주어없는 발언이 참으로 징그러운데. 한 편으로는 어린 시절 배웠던 글 잘 쓰기 내용 중에는 "'나는' 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라는 것도 있어서, 턱없이 그런 주어 없는 발언을 알아듣기도 한다. 일종의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