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고객되다 살다

진상고객이 되었다.

케이스 첫 번째 : 
푹의 장애로 접속이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내 시스템 상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러나 푹의 에러였다. 문제는 이전에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혹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갔으나 이번 상황을 계기로 돌이켜보니 그렇다. 푹의 습관적 에러가 있었다.

고객센터에 문의 전화를 했다. 대략 3주전의 일이다. 나의 클래임에 대하여 상담사는 푹코인 1000점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잘은 몰라도 1000원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놈의 푹코인은 사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였다. 푹을 상당히 오랜 기간 구독해오고 있는데, 어떤 경로인지 몰라도 계정에 푹코인 몇 천 점이 쌓여 있었는데, 쓸데가 없었다. 최신 영화를 보기에는 부족했고 코인가격에 맞춰서는 보고 싶은 것이 없었다. 또한 푹코인으로는 월간 이용권 결재는 불가했기때문에 전혀 쓸 데가 없었다. 그나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쓰지 않은 푹코인은 사라져 버렸다.

나는 푹코인 제공을 거절했으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달라고 했다. 상담사의 대응은 매뉴얼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의 검토도 없이 노력도 없이 푹코인으로 지급할테니 받거나 말거나 라는 식이었기에 분개하였다. 내게도 1000원이라는 금액은 있어도 없어도 생사에 지장은 없는 수준의 금액이다. 아깝다, 아니다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귀책이 분명한 사안에 대한 고객의 클래임에 대하여 그런 태도는 납득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는 책임지고 해결할 능력이 없는 상담사에게 그러지 말고 팀장이나 기타의 상사에게 문의하여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을 해달라고 부탁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2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연락은 없었다. 1000원정도는 사소한 일이라고 여겼는지 그대로 망각한 모양이다. 나는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모든 이야기는 마치 리셋된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고, 나는 이번에는 잊지말고 상급자가 직접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몇 시간 후에 연락이 왔다. 그러나 명색이 팀장이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은 없이 제안이 싫으면 어쩔 수 없으니 푹코인 1000점을 받던지 말던지 마음데로 하라는 식이었다. 이제 이쯤되면 감정이 개입된다. 어차피 모두가 피곤한 시대이며, 그들도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인데 험한 말해가며 상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배째라는 식의 대응은 화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그 팀장에게 그런 제안은 받을 수 없으니 다른 답을 달라고, 내일까지 연락을 달라고 하고는 통화를 종료하였다.

그 이후 다시 일주일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에 푹은 또 접속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실 이 일을 계속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잠시 잊고 있기도 했지만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자 "왜 답이 없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다시 전화를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푹은 내가 잊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가타부타 전혀 연락없이 3주의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괘씸죄에 불쾌감이 더해졌다. 이제는 정말이지 코인 1000점 정도로 될 일이 아니었다. 그까짓거 안받아도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상담사는 이전 상담사들이 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어차피 상담사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나는 팀장 통화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전 통화 요청이 많아서 오늘 내 통화는 불가하다고 한다. 말이되? 한 달을 기다렸는데 내가 최우선 고객이 아니겠느냐며 6시이전에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 통화가 이루어진 시간은 오후 4시였기때문에 2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짐작했다. 또 6시라면 고객센터 마감시간이었기에 그 이전에 전화를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5시 55분까지도 소식은 없었다. 최소한 안내 문자도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매우 운이 나쁜 상담사가 퇴근 5분전에 내 전화를 받았다. 나의 제안은 팀장하고 통화될 때까지 끊지않고 기다릴테니 전화를 돌리거나 팀장을 불러오라는 것이었다. 불가하단다.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한 제안이 모두 불가하단다. 나는 이미 진상고객이 되었다. 고집을 부렸다. 밤새도록 기다릴테니 연결을 시키라고 했다. 상담사는 내일 일찍 전화를 줄 것이며 더이상 대응이 불가하니 전화를 끊겠다고 했다. 나는 설마했다. 그런데 정말로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자 6시가 넘어서 ARS로 넘어가 버렸다.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해는 했다. 퇴근시간인데... 그러나 화도 났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지만 오전 2시간 동안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시 내가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의 대응은 사람은 바뀌었지만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 푹코인 1000점! 나의 요구는 팀장과의 통화였다. 그랬더니 이전에 통화했던 팀장은 오늘 부재 중이라서 안된단다. 나는 아무나 책임자하고 통화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팀장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잔아.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리겠다니 안된단다. 그래서 나는 1시간 내 전화 해달라고 해놓고는 끊었다. 

문득 전화가 왔다. 정말 칼같이 1시간만에 전화가 왔다. 시계보고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한 것처럼...무슨 무슨 팀장이라는데, 처음 제안은 동일했다. 정말로 이해가 안가는게, 이미 서로간에 합의가 안되서 깨진 제안을 다시 들고 오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한 달 이용권 10000원이 없어서 이러고 있겠는가? 아무 곳에서도 쓸 수가 없는 1000점짜리 코인이 탐나겠는가?

나에게 조직 내부의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그거까지 내가 알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모두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인거 다 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막무가내로 욕설을 하거나 성질을 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진/상/ 이라는것도 짐작되는 바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직의 시스템의 문제이며, 그 문제는 개선해야될 사항인 것이다. 대충 1000점을 받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이라면 그 조직은 다음 번에도 문제는 그대로 놔둔채 똑같이 대응할 것이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싶었다. 고객의 클래임에 대해서 3주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조직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다.

나는 그 팀장에게 다시 논의해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달라고 했다. 마침 점심 시간이 끼어 있으니 1시에 전화를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러나 1시에 전화가 오지 않았다. 문자가 왔다. 지금 기존 상담 전화가 진행 중이라서 끝나는 데로 전화를 드리겠단다. 납득할 수 있는 변화이다. 담당자 업무 사정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해명 문자가 최초로 들어왔다. 설사 그것이 거짓이라 할 지라도...

30여분이 지나서 전화가 왔다. 팀장은 마침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했다. 그 팀장에게는 매우 피곤한 진상 고객이었겠지만 나는 3주만에 제대로 된 해명을 들었다. 변명이 아닌 해명을 들었다. 부분적인 미흡함이 있었지만 더 따지기에는 나도 피곤했다. 그렇게 진상고객되기 1장은 끝났다.

여전히 푹의 대응은 의심스럽다. 차후 비슷한 에러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고객센터에 직접 따지지 고객의 경우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케이스 두 번째 :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수령한지 한 달 이상 되어간다. 문득 오늘 카드 상의 영문명이 잘못 되었음을 발견하였다. 해외에서만 안쓰면 문제될 것도 아니고. 다른 카드도 있기에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확인은 필요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상담사의 톤이 신입인것처럼 느껴졌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담사는 피곤하다. 무언가 시원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고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라는 식이다. 

상담사가 진단한 카드에 이름이 잘못 기입된 이유는 내가 카드 신청할 때 이름을 잘못 입력했기 때문이란다. 1차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다. 카뱅은 그 특성상 스마트폰의 좁은 스크린과 키보드를 통해서 업무처리를 한다. 일반 은행처럼 대면은 전혀 불가능하고, 커다란 화면과 자판질이 가능한 PC에서도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휴먼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절대 실수 안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실수는 인정하지만, 그런 실수를 걸러낼 방법을 은행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를 질문했다. 이씨 성은 흔한데 LEE 가 아닌 LED 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는 검증할 방법이 없는가가 의문사항이다. 그리고 카드를 재발급받으려면 2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지 않는가? 역시 큰 돈은 아니지만 민감해지고 아까워진다. 아주 특이한 성도 아닌데 카드 발급할 때 그런 점은 고객에게 피드백해줄법 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나의 질문이었다.

불행히도 신입인 상담사는 명확한 답변없이 무조건 안됩니다 뿐이었다. 나는 매우 정중하게 부탁했다. 한 번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달라고... 나의 에러에 대해 전혀 검증이 되지 않는 은행시스템이라면 무언가 불안하지 않은가?

잠시 후 상담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 주었다. 2회까지는 무료로 카드 재발급이 가능하다고.. 3회부터는 2000원 비용이 청구된다는 것이다. 내 질문의 키포인트는 그게 아닌데... 에러를 걸러낼 방법은 전혀 없는거냐고.... 상담사는 죄송하다며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는 본인이 아닌 다른 상담사가 전화를 줄거란다.

1시간여 후 다시 전화가 왔다. 팀장이란다. 아 다른 사람은 팀장을 말하는 거였구나. 그러나 결론적으로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은행 관련 업무는 특히 개인정보에 민감한 부분이다보니, 철저하게 고객이 입력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처리하며 은행에서는 개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내가 카드 신청을 하며 영문 이름으로 1234567890 이라고 입력한다고 해도 그대로 발급된다는 것이다. 어이쿠, 저런 그 정도라면 정말 답이 없구나. 즉 은행거래에 있어서의 실수는 철저하게 개인의 책임이다. 결국은 내가 매우 조심하는 수 밖에 없겠다.

다만 카드 재발급과 관련해서는 회계년도당 2번까지는 무료로 재발급이 된다는 것이다. 즉 2019년말까지 나는 한 번더 무료로 카드 재발급을 받을 수 있으며 2020년 1월부터 1년내 다시 2번의 무료 재발급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분실 혹은 회손 등의 이유로 카뱅 체크카드 재발급이 필요한 경우에 참고해볼만한 사항이다. 팀장이 설명은 매우 단호하고 명쾌했다. 이전 상담사는 신입이라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바란다고도 한다. 당연하지. 누구에게나 배움의 시간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도 무언가 단순한 휴먼 에러는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2회까지 무료 재발급이 가능한 카드에 대한 비용도 결국은 은행 비용 부담아닌가?

의도적이던 아니던 진상고객이 되어 버렸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궁금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낀 점에 대하여 의식의 흐름데로 질문하고 요구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담사들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 수록 사소한 것에 예민해지는 나를 본다. 수양이 거꾸로 되어 가고 있나 보다. 정작 세상에는 이보다 더 큰 불의가 넘치는데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름이 잘못 인쇄된 카뱅 체크 카드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굳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