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다, 해빙; 비밀은 많고 답은 없다 보다

각본을 쓰다가 쓰기 싫어졌다거나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까먹었음이 틀림없다. 20년정도 전의 영화 "텔미썸딩"이 자꾸 떠올랐다.

답이 꼭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가이드는 있어야할 것 같은데, 엮다가 엮다가 스스로도 제대로 풀어낼 재간이 없어 그냥 그대로 끝낸 듯 하다. 그저 조진웅과 김진명의 모노드라마만이 볼만했다.

영화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있겠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서로 다른 살인 사건 두 가지가 벌어졌으며, 범인 두 명 중 한 명이 독박쓰는 게임이었다. 좀 더 똑똑하거나 힘이 센 놈이 이기는 게임!

살인 사건의 배경에 정육점이 등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편리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늘 붉은 고기와 피로 물들어 있는 곳이니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쉽게 감출 수가 있다.

주인공 변승훈이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오르는 그 지역으로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계기는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설명은 했지만 다시 한 번 두 번 엮어놔서 뭐가 사실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정말 꿈인지, 착각인지, 정신병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쫓아가는 것이 어렵지도 않았다. 많은 비밀을 깔아 놓기는 했지만 각각의 비밀들이 제대로 엮이지 않고 그저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떠돌았다. 그러다보니 이런 영화 장르의 특징이 되어야할 추리력이나 상상력을 굳이 발휘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비밀을 깔아 놓았지만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면서 정리해 나가는 것도 아니다.

소위 오픈 결말을 생각한 것인가? 그저 정신병적인 증상을 가진 의사와 치매기가 있어보이는 노인과의 일종의 동반 살인인가? 나름 살인의 동기를 제시하기위한 짧은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조진웅과 김대명이 싸우는 장면조차도 밑도 끝도 없다. 왜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명이 부족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봐온 장면으로 대충 짐작을 할 수 밖에 한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포스터의 문구가 답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빼고 모두가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주인공만 함정에 빠졌어.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