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특히 2악장 듣다

겨울이 되면 꼭 이 곡을 들어야 한다. 

요즘은 피아노 연주곡에 꽂혀 애플 스토어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집을 구매하기도 하였지만, 하여간 겨울에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늘 생각난다.

아마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교 시절, 방학! 한 겨울이었고, 건축가인 친구의 아버지가 직접 지은 친구의 집은 든든한 단열 시공으로 인하여 비록 바닥은 차가웠지만 집안 전체는 훈훈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거실의 전경을 통하여 바람이 부는 창밖의 모습마저도 따뜻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 친구의 집은 어느 친구의 집보다도 넓은 집이었기에 모여 놀기에 아주 좋았다.

게다가 좋은 오디오까지 있어서 음악을 좋아하던 우리는 종종 그 집에 모여 들었다. 그 많은 날들 중의 어느 날, 이 곡을 들었다. 누구의 연주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겨울의 정경과 함께 곡은 가슴 속 깊이 남았다. 그 이후로 몇몇 연주가들의 음반 (음원) 을 컬렉션하게 되었다.

1악장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2악장을 너무 좋아한다. 2악장만 들으면 한 겨울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힘들고도 먼 여정을 시작하는 철새들의 모습! 어쨌든 가야하는 곳까지는 가야만 하는 그들의 날개짓 소리가 느껴진다. 일면 외롭지만 그렇다고 혼자 가는 길은 아닌 그런 여정...

삶의 고단한 여정 속에 서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가고 싶기도 하고 머물고 싶기도 하다. 내 마음데로 선택할 여지는 별로 없다. 선각자들은 모두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지만 책임과 의무, 가족에 대한, 사회에 대한, 그런 부담을 던져버리고 나몰라라 하며 내가 하고 싶은 데로만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2악장을 들을 때마다 어디론가 막 떠나가고 싶었지만 제대로 그렇게 떠나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렸기때문에, 가난했기때문에, 아는 것이 없었기때문에,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버는만큼 쓸 곳도 많아졌기때문에, 아는 것이 더 생겼기 때문에... 결국은 떠나지 못하고 오늘을 그대로 딛고 서있다.

아주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자.
이제 곡은 3악장으로 달려간다. 3악장은 제법 역동적이다. 제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잘 들었소! 사라 장!!